한용운 시인의 시입니다. 원래도 늦은 밤에 글을 올렸는데, 이 시는 유독 밤에 읽기 좋을 듯 합니다. 전에도 이야기했듯, 한용운 시인의 시는 읽는 순간 나의 이야기가 됩니다.
유독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 있습니다.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 말이죠. 이런 이유들일 겁니다. 어떤 고민이 있거나, 누군가를 보고 싶거나, 누군가를 보고 싶은 고민이 있거나. 화자는 아마도 누군가를 보고 싶은 고민이 있는 듯합니다. 당장 어찌할 수 없으니 근심이 길어지는 것이겠지요.
새벽이 되어서야 근심하는 것에 지쳐 선잠이 든 화자는 꿈에서라도 그 고민을 해결해볼까 ‘님’을 찾으러 갑니다. 길었던 근심과는 달리 꿈은 짧습니다. 언제 시작했는지도 모를 꿈은 님에게 가는 길의 반도 못 가서 끝이 납니다. 잠자리가 영 불편했던 걸까요?
아직도 어둠이 한창인 새벽 어느 때쯤에 화자는 깼습니다. 얼른 남은 길을 가기 위해 잠이 들려는 찰나에 근심이 밀려옵니다. 두 눈을 꼭 감고 마음속으로 ‘자야지, 어서 자야지!’ 생각하지만, 머리가 맑아지는 것이 느껴집니다. 잠이 다 깨버린 새벽녘, 화자는 말똥말똥한 눈으로 님을 보고 싶은 고민에 다시 빠집니다. 잘 수도 없고, 그렇다고 마냥 깨어 있을 수도 없는 상황. 우리에게도 마냥 낯설기만 한 장면은 압니다.
그래서 마지막 연이 참 애틋합니다.
“차라리 근심이 꿈 되고 꿈이 근심 되어라”
비록, 내 꿈속에서는 님을 만나지 못했지만, 님의 긴 꿈속에서라도 내가 님을 만나기 바라는 마음. 내 님은 깊이 자기를 바라는 마음. 근심은 반도 못 가서 잊어버렸으면 하는 마음. 나처럼 힘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. 그래서 님이라도 편하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집니다. 사랑의 표현입니다.